본문 바로가기

화장실에서/화장실 이야기

기분 좋은 화장실 청소 실명제

* 기분 좋은 화장실 청소 실명제 *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강릉에 갈 때마다 어김없이 쉬어가는 휴게소가 있다. 강남 터미널을 출발하여 시원하게 뚫린 영동고속도로를 1시간 30분 남짓 달리다 보면 나타나는 횡성(소사) 휴게소가 바로 그곳이다.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서니 입구에 붙어있는 액자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급한 마음에 들어갈 때는 별 생각 없이 지나쳤다가 볼 일을 보고 나오면서 액자 속에 들어있는 사진과 글귀를 유심히 읽어보고 깜짝 놀랐다.

 

화장실 청소 실명제를 실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의 사진과 이름 석자 그리고 전화번호가 뚜렷하게 적혀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깔끔한 유니폼 차림으로 찍은 ‘위풍당당’ 노인의 클로즈업 사진은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무리 직업에 귀천 없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화장실 청소를 업으로 삼는 자신의 신분을 저토록 당당하게 공개적으로 밝히기까지는 분명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화장실은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반들반들하고 윤기가 났다. 순간 화장실 청소 실명제가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하여 자신의 사진과 이름이 걸린 액자 속의 주인공을 한참 지켜보았다.

그랬더니 화장실 실명제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화장실 문 앞에 빗자루를 들고 지켜 서있다가 손님이 들어가고 나갈 때마다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 동작 빠르게 청소를 하곤 했다. 화장실이 유난히 깨끗해서 그런지 몰라도 볼 일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도 하나같이 환하고 밝아 보였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터미널이나 휴게소의 화장실 하면 어딘지 모르게 지저분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옛날부터 그 집을 제대로 알려면 가장 먼저 화장실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화장실은 그 집의 얼굴이다. 실명제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자기가 한 일을 자신의 명예를 걸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다. 비록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일일지라도 각자가 맡은 일을 스스로 책임지고 잘 처리해 나가다보면 그것이 모여 더 큰 것이 이루어지고 그러다 보면 결국은 사회 전체가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무리 없이 맞물려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시작되고 작은 물방울이 모여서 바다를 이루는 것처럼…

그래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물질 만능 풍조가 판을 치는 요즘 세태에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싶다.


 

장거리 여행길에 잠깐 들른 화장실이었지만 거기서 받은 신선한 충격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았다. 아직도 그 화장실을 떠올리면 괜시리 기분이 좋다.


 

- 김명수. 인터뷰 전문 인물신문 '피풀 코리아' 대표. 새미래뉴스 편집위원 -
http://www.people365.pe.kr/user/index.php?

menu_id=7&mode=view_content&news_content_id=1297&page=1

http://www.semirenews.com/


 

http://news.icross.co.kr/society/section.icross?id=0001000014


출처 : blog.naver.com/src322/245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