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화장실 갤러리/아름다운 화장실

문화의 공간으로 변신하는 공중화장실

난지천 공원 화장실
‘제6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7월 3일까지 조선일보사와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주최로 공모한다고 한다. 1999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한국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제정된 이 상 덕분에 전국 곳곳의 화장실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것을,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나는 자주 실감하곤 한다.

예전의 화장실이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단순하고 투박한 공간이었다면, 요즈음 화장실은 멋스러운 문화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문막휴게소 화장실

금강휴게소 화장실
잠시 동안 볼일을 보면서도 아름다운 사진이나 그림, 시와 음악을 대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가 하면 새 소리와 꽃향기가 그치지 않는 자연 친화적인 화장실도 있고, 화장실 내부에서 아름다운 강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화장실도 있다.

아름다운 화장실에서 영화예고편을 볼 수 있는 화장실도 있고, 화장실 건물 자체가 너무 화사해서 눈길을 끄는 화장실도 있다. 물론 내부시설 또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첨단을 걷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암 CGV영화관 화장실

선암사 화장실
그런가하면 산행을 하다가 사찰의 오래된 화장실을 만날 때도 있다. 불편하긴 하지만 멋스럽고 독특하며 역사나 문화, 재미난 이야기꺼리들을 많이 갖고 있어서 문화유산으로 끝까지 보존했으면 하는 송광사, 선암사, 안정사 등 몇몇 유명사찰의 해우소(화장실)가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들의 생명을 살려내는 길은 똥을 제대로 대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똥을 심오한 철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실상사의 해우소도 있다.
안정사 화장실
요즈음처럼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이런 오래된 산사의 재래식 화장실을 둘러보는 것도, 과거로 돌아가 보는 놀랄만한 체험학습이자 추억의 현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전국적으로 개성 있고 이색적인 화장실을 모아서, ‘화장실 투어’를 기획해보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떠올릴 때도 있다.
청계사 인근의 화장실

한향림 갤러리 화장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그야 물론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는 사람이지요.”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만난 재미있는 글이다. 화장실이 문화의 공간으로 발전한 만큼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식도 높아져서, 자신이 머문 자리를 깨끗하게 아름답게 남기는 문화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공모’를 통한 아름다운 화장실 만들기 운동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다. 천차만별인 전국의 화장실들이 골고루 균형 있게 발전되면서, 그 지역의 개성과 문화를 읽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남기를 바라는 우리들의 마음처럼….

글·사진=국정넷포터 전흥진 hellen60@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