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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이어서 책 구경하기엔 안성맞춤인 시간. 한참 책 구경을 하고 이와나미 문고에서 나온 <페리의 원정소사>라는 문고본 한권을 산 후에 커피를 한잔 마시기 위해 긴자 거리로 나왔다. 한참 걷는데 아뿔사, 배가 아프다. 호텔에서 나오기 전에 볼일을 다 보고 나와야 하는데 그만 깜밖했다. 자, 어디로 가서 볼일을 볼것인가. 근처의 커피 숍을 찾아 찾아갔다. 차도 시키기 전에 화장실부터 갔다. 문을 열고 보니 화장실이 너무 작다. 변기에 앉으면 무릎이 벽에 닿을 정도이다. 긴자는 그림엽서 한 장 크기의 땅이 우리 돈으로 1억 원씩 하는 곳 으로 땅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보니 정말 작은 화장실을 만들었다. 여기서라도 볼일을 볼 것인가,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불과 대여섯평 밖에 안되는 작은 커피숍에 종이장 같은 도어문 밖엔 손님들이 차를 마시고있다. 이런 곳에서는 끙 소리 한 번 낼 수도 없다. 편한 마음으로 볼일을 볼 수 없는 곳이다.하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어디로 갈 것인가.문득 제일 편하게 일을 볼 수 있는 곳은 호텔 화장실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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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호텔은 동경 최초의 호텔이다. 제국 호텔을 지은 사람은 오쿠라 기하치로라는 자인데, 이자는 메이지 시대(1868∼1912)에 미쓰비시, 미쓰이 재벌과 더불어 오쿠라 재벌로 불리우던 일본 3대 재벌의 하나이다.그는 본래 니이가타의 건어물 도매상의 점원 출신인데, 메이지유신 때 무기판매로 떼돈을 벌었다. 그는 수십개의 회사를 만들었는데,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오늘날 일본 최대의 건설회사인 대성건설이다. 또한 이 자는 조선 땅의 김제에도 수십만평의 논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나라의 선린상고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자의 악명은 〈오쿠라 콜렉션〉 이다. 이른바 오쿠라 콜렉션은 일제 때 조선에서 반출해간 5만점 이상의 유물이 그 중심이다. 한마디로 문화재 도둑인 것이다. 그 자가 만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제국호텔이다.그때가 1891년 쯤이었다. 당시 일본에는 구미 각국의 외교사절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다. 당시 이등박문이 그에게 현대식 호텔을 한채 지을 것을권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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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사절들을 만나서 커피도 마시고, 담소도 하면서 로비를 하기 위해서는 호텔이 하나쯤은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제국호텔이 지어 졌는데, 실제로 이등박문은 이 호텔이 지어지고 나서 거기서 자주 식사를 했다. 오늘날 이 호텔은 한국의 VIP들이 자주 이용하는 호텔이기도 하다.제국호텔이 지어지기 전에 이 자리에는 동경여관이라 는 여관이 있었다. 이 여관 의 장기 투숙객의 한사람 으로 김옥균이 있었다. 그는 갑신정변에 실패한 망명객 으로 일본에 건너와서 이 여관에 한때 숙소를 정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제국호텔 자리에서 잠을 자주 자던 최초의 한국인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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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화장실 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