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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화장실 뉴스

담은글) [수도권]신종플루 예방 손소독기 흉물 전락


지하철역 등 관리 소홀
고장 나거나 불결… 시민 외면


신종 인플루엔자가 지나간 자리엔 고장 난 손소독기만 남았다. 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
문화공원역 내부공사로 구석에 밀려난 손소독기 투입구에 검은 때가 끼여 있다. 전영한 기자

서울 지하철 4호선 사당역 안 환승광장. 점심시간이었지만 역 안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로 붐볐다. 이 광장 한가운데에 있는 자동 손소독기에 손을 갖다댔다. ‘치익’하는 작동 소리만 들릴 뿐 소독액은 나오지 않았다. 오래 사용하지 않은 듯 소독기 안에는 시커먼 먼지가 소독액과 함께 뒤엉켜 있었다. 이 모습을 보던 지하철 이용객 장모 씨(72)는 “소독액이 나오지 않은 지 벌써 한 달은 지났다”며 “그동안 아무도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인플루엔자에 관심이 줄어들며 지하철역과 주요 관공서에 배치된 손소독기들이 방치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말 한 소독기 업체와 계약을 하고 531대의 전자동 손소독기를 1억8000만 원에 사들였다. 서울시는 이 손소독기를 국철을 제외한 모든 서울 지하철역에 2대씩 배치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최근 서울 시내 15개 주요 지하철역의 손소독기를 확인한 결과 4곳의 역에서 고장 난 채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소독액이 나오는 기계도 관리가 소홀해 대부분 손 투입구 쪽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학원을 다닌다는 이모 씨(25·여)는 “(손소독기를) 사용하려다가도 쌓인 먼지를 보면 불결해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공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경찰서와 구청에 설치된 벽걸이형 손소독기 역시 소독액이 없거나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아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19일 서울 종로구청 민원실을 찾은 고미영 씨(44·여)는 소독액이 나오지 않는 소독기를 눌러 보며 “자주 쓰지는 않지만 요즘 들어 작동 안 되는 기계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 1∼4호선의 손소독기를 관리하는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직원들이 매일 역을 순찰하며 손소독기를 확인하고 있는데 일부 역에서 미처 신경 쓰지 못한 것 같다”며 “아직 신종플루 경계가 끝나지 않은 만큼 좀 더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출처 : http://news.donga.com/3/all/20100329/271895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