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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화장실 뉴스

어! 여기가 학교야 카페야?

어! 여기가 학교야 카페야?

[연속기획 ‘공간이 사람을 바꾼다’] ⑥학교는 지금 변신중

이제 공공디자인을 빼놓고 정책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벤치나 간판 등 거리를 채운 각종 공공시설물로부터 건축물과 도시 기반시설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모든 것들이 디자인의 영역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디자인이 그저 외양을 바꾸는 것이 아닌 우리의 생각과 정서, 인간관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인 까닭이다. 대한민국 정책포털 ‘공감코리아’는 연속기획 ‘공간이 사람을 바꾼다’를 통해 디자인 시대를 살아가는 현 정부의 공공디자인 철학과 정책을 총 1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1. 고양시 탄현동 호곡중학교 건물 한 편에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학교 건물로 들어서기 전 오른편으로 마주보이는 이 작은 공간은 까만 나무틀을 두른 통유리로 앞뒤 벽면을 마감해 언뜻 한적한 노변카페를 연상케 한다.

내부에는 아기자기한 모양의 의자가 놓여 있고, 한쪽 벽면을 장식한 학생들의 전시물들은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마저 준다.

호곡중학교 학생들이 학교 안에 마련된 카페 ‘공감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의 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 1년 만에 이 같은 변화를 이뤄냈다.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는 획일적이고 삭막한 학교 공간에 문화적 디자인을 반영, 리모델링해 친근하고 포근한 학교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교육열이 높기로 소문 난 도시이지만 이 학교 교사들이 성적 못지않게 신경 쓰는 것은 다름 아닌 아이들의 ‘인성과 정서 순화’. 이를 위해 평소 자원봉사 활동과 예체능 과목에 남다른 신경을 쓴다는 이 학교는 정부가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을 시작하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최복점 호곡중 교장은 “학교 안에 삭막한 공간을 내버려두면 아이들도 덩달아 비뚤어지게 마련”이라며, “버려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구상 중이었는데 마침 정부의 지원까지 받게 돼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카페 같은 학교’ 아이들 정서 바꿔놔

‘공감터’라는 이름으로 이 학교 안에 작은 카페가 개관한 것은 지난해 9월. 그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5층짜리 벽돌 건물 2개 동 사이에 끼어 황량하고 삭막하기 그지없던 사각지대에 불과했다.

의자 하나 없이 사방으로 뻥 뚫려있던 공간은 아이들에겐 그저 체육시간이 끝난 뒤 신발을 갈아신거나 흙먼지를 털어내던 곳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 더욱이 벗겨진 시멘트벽 기둥 사이는 아이들의 일탈 장소로 활용되기 일쑤였다.

그랬던 공간이 지난해 문화와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재탄생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있는지조차 몰랐던 이곳에 아이들의 발길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 취재 차 방문한 16일에도 마침 점심시간이 되자 식사를 끝낸 아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벽면을 통유리로 마감해 카페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공감터’ 외관. 호곡중학교는 ‘나누면 더 커지는 마음의 공간’이라는 뜻에서 이곳을 ‘공감터’라고 이름 지었다.

점심시간마다 이곳을 찾는다는 김민정(15)양은 “지난해만 해도 이곳이 이렇게 달라질 줄 몰랐다”며, “학교 교실은 아무래도 딱딱하고, 쉴 공간도 부족한데 요즘엔 이곳에 와 책도 보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마음도 더 편안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있는 남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민호(16)군은 “예전에는 기껏해야 운동장에 나가거나 복도를 뛰어다니는 게 전부였다”며, 이런 공간이 생겨 “신기하다”, “마음에 든다”는 친구들의 반응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공감터’는 수업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문학의 밤·음악회·토론 수업 등에 다용도로 활용됨은 물론, 공감터 바로 옆에 자리한 특수학급 학생들이 일반학급 아이들과 격의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최병국 교감은 “아이들에게 ‘내가 다니는 학교에 이런 곳도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이곳에 음악방송 시설을 설치하고, 언덕에 돌과 나무, 물레방아를 놓아 조경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실, 음침한 일탈공간 이미지 벗자…

안양 신성중학교 건물 1층에 위치한 화장실 외관(상). 리모델링 후 학생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하)
#2. 안양 신성중학교에는 조금 특별한 화장실이 있다. 통유리로 마감돼 밖에서도 들여다보이는 이 학교 화장실은 학생들에겐 단순히 용변을 해결하기 위해 들르는 장소가 아니다.

학생들은 화장실 한편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심지어 간식을 나눠먹기도 한다. 맞은 편 잔디구장에서 체육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물을 마시기 위해 곧바로 이곳 화장실로 달려와 주저 없이 수도꼭지에 입을 가져다댄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화장실 공간 개선에 돌입한 신성중학교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이다.

지난 21일 방문한 이 학교 화장실은 ‘Rest room’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법한 실내 공간에 특유의 냄새 하나 나지 않는 깔끔함이 호텔 화장실에 와있는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특히 오렌지빛 화사한 천장에 키 높이를 달리 한 세면대, 손 씻는 사람을 형상화해 디자인한 출입문 등 곳곳마다 디자인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외양만 바뀐 게 아니었다. 디자인 개선작업과 함께 배수관을 전부 뜯어내고 온수정수기를 달아 아이들이 세면대에서 곧바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배려했고, 천장에는 온풍기를 달아 겨울에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흔히 남학교 화장실이라고 하면 음침하고 지저분한 공간이 먼저 떠오르게 마련. 때문에 ‘타락의 공간’으로 곧잘 비쳐지곤 하던 화장실이 이렇게 개방적인 휴식공간으로 바뀌자 아이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키높이를 달리 한 세면대(좌). 오렌지빛 천장으로 실내 분위기를 아늑하게 연출했다(우)

이선웅 교감은 “예전에는 청소는커녕 볼일 본 후 물도 안 내리고 가는 아이들이 태반이었다”며, “공간을 쾌적하게 바꿔놓자 쓰레기를 버리거나 침을 뱉는 아이들이 급격히 줄고 아이들 스스로 알아서 깨끗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현수 군(15)은 “다른 학교 화장실을 가보면 확실히 비교가 된다”며, “‘학교 화장실은 원래 칙칙하고, 지저분한 곳’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감은 “우리 학교 학생들의 30%가 무료급식을 할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아 문화적인 수혜를 받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학교 공간이 고급스럽게 바뀌면 아이들의 문화 수준도 함께 고양시킬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군대·교도소 같은 학교는 이제 옛말

실제로 동국대 신나민 교육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교 안의 공간이 문화적으로 바뀌면서 학생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교사와 학생간에 소통이 더 원활해져 안전사고와 교내폭력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교에는 이른바 ‘들불효과’라는 것이 생겨, 학교환경 일부를 개선함으로써 이것이 학교 내외부 전체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고, 지역사회에서는 학교시설을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센터로 활용함으로써 공동체의식을 조성할 수 있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김경인 행복한학교만들기 이사장은 “현재 우리 학교의 건물 배치와 내부 구조는 군대, 교도소와 큰 차이가 없으며 이런 삭막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하루 10시간 이상을 생활하고 있다”며 “초중고 합쳐서 12년은 정서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 학교공간을 문화적이고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어보자는 게 ‘행복한 학교만들기’ 사업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사업에 대한 학생 및 교사들의 만족도는 대략 92%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사업 신청학교가 지난해 93개교에서 올해 전국 263개교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민호 문화체육관광부 디자인공간문화과장은 “지난해 문화공간화사업을 진행했던 전주 양지중학교의 경우 실제로 교내폭력이 반 이하로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이 학업성적 개선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앞으로 사업을 더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 등록일 : 2010.04.27

 

출처 : 공감코리아 (http://www.korea.kr/newsWeb/pages/brief/categoryNews2/view.do?newsDataId=148693002&category_id=subject&section_id=EDS0301001&metaId=spec2_main_news&pWise=main22)